이사장 인사말

‘세상의 모든 큰일은 아주 작은 일을 계속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제 수첩 첫 장에 적혀 있는 글귀입니다. 제겐 한살림이 그런 것 같습니다. 도무지 손에 닿을 것 같지 않던 ‘생명살림’이라는 미션이 하루 삼시 세끼 밥상을 차리는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한살림운동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한살림운동의 표현이며 관계의 결실인 ‘물품’으로 밥상을 차리는 일상의 작은 실천을 계속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살림의 힘은 역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신영복 선생은 ‘우리는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간다’고 하였는데, 그동안 한살림을 해오면서 수많은 스승을 만났습니다. 지난 1995년에 한살림에 가입한 저는 ‘동화 읽는 어른모임’이라는 모임참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 그중 소식지발행 활동을 꽤 오래 하였습니다. 한살림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이야기를 한살림사람들 이라는 소식지에 담아 알려내는 활동이 제게는 커다란 선물이었습니다. ‘내가 한만큼 세상이 좋아진다’는 생각으로 농사를 짓는 생산자분들의 삶을 비롯해 그분들의 생각과 삶은 한 편의 서사시였고, 닮아가고 싶은 실천이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놀랄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이런 많은 분이 한살림에 모여 같이 한살림을 하는 걸까! 하고요.

그리스 산토리니를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본 어느 건축가는 그 이유가 모여 사는 방법과 그를 위한 공간의 구조적 풍경에 있다고 했습니다. 서로의 모자람을 같이 채워가는 생활공동체로서의 마을을 연결하는 골목과 공유 공간이 공동체의 핏줄이 되고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살림이야 말로 점점 더 지역으로 들어가 ‘살림의 핏줄’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각 지부에서, 지구에서, 매장에서, 생산지에서, 모임에서 모인 수많은 살림의 실천이, 삶의 원형을 만들어나가는 사회의 동맥이며, 이것이야말로 여전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가장 필요한 삶의 문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살림이 하면 다릅니다. 우리가 지난 30년간 만들어 온 먹을거리 관계망이 생활의 안전망이 되도록 경쾌하게 한살림을 하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조직개편을 통하여 ‘다시, 밥운동’을 구체화하는 큰 계획을 세웠습니다. 완성된 그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살림 하는 우리가 함께 고민하며 집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어렵고 지칠 때라도 ‘왜 한살림인가?’의 물음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조합원 한 분 한 분의 귀한 실천이 모여 다시 또 가슴 뛰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노력하겠습니다.

한살림 식구 모두 봄꽃처럼 맑고 화사한 날들 보내시길 바라봅니다! 고맙습니다! 2018년 봄, 광화문에서 드립니다!

권옥자 모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