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살림이어야 할까요?

“올해 감자가 작황이 좋지 않아서 수확량이 절반에 못 미칠 것 같아요.”
괴산의 생산자님이 한숨을 내쉬며 하신 말씀입니다. 하늘이 짓는 농사이기에 늘 겪는 일이지만, 올해는 더 안타까움이 큽니다. 매장 한쪽에 늘 있어야 할 감자인데 말입니다. 건강을 위해 안전한 먹을거리를 사는 것이라면, 굳이 한살림이 아니어도 빠르고 편리하게 친환경 먹을거리를 살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한살림은 여전히 문턱이 높고, 이용하기에 다소 불편하며, 물품이 없을 때도 잦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30년간 한살림은 끄떡없이 잘 자랐습니다. 이는 한살림을 하면서 수많은 가치를 만들어 낸 조합원과 생산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살림의 힘은 처음도 끝도 ‘사람’입니다

올해 우리는 예년과는 다른 환경에 직면했습니다. 현재 겪고 있는 사업위기가 한살림 운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합원님께 알려내고, 머리를 맞대고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지부마다, 영역마다 마음을 모아내고 있습니다. 며칠 전, 지부조합원님들이 스스로 정하여 만든 ‘생활 속에서 조합원과 함께하는 4가지 실천’ 포스터를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나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한살림의 모든 식구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마음을 내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살려낸 땅이 여의도 면적의 4.3배입니다

한살림에는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약속이 있습니다. 유기농 쌀 한 말을 먹으면 논 6평이 살아난다고 합니다. 조합원님이 작년 한 해 동안 쌀을 먹어서 살린 땅이 여의도 면적의 4.3배에 달합니다. 어디 논과 밭뿐일까요?
조합원 한 분 한 분 계시는 그곳도 우리가 살린 땅이겠지요. 우리가 장바구니에 담는 두부 한 모는 몸과 땅에도 이롭고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지키는 가치로도 이어집니다. 하늘이 짓는 농사이기에 또, 먹고사는 일에도 언제나 변수는 있게 마련입니다. 물품 이용이 계획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생산지에서는 이듬해씨를 뿌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한살림운영뿐 아니라 생산 기반이 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유기농에도 자격이 있습니다

유기농은 사람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로 인식됩니다. 안전한 먹을거리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물품의 최종 검사 단계에서 일정기준만 통과하면 일단 인증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한살림 물품은 안전한 먹거리를 넘어서는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바른 마음입니다. 내 자식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그 안에는 자연을 해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한살림 물품에는 바른 마음, 바른 농사, 바른 유통, 바른 소비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두부 한 모를 사면, 가격의 73%가 생산지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처럼 식량주권을 지키고자 하는 한살림의 사업은 곧 생명실천운동입니다. 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자부심을 한살림이 만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불편해도 건강한 땅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조합원님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잦은 결품, 물품 상태, 편의성이라 분석됩니다. 생산지는 이상기후에 따라 생기는 각종 변수, 물류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결품이나 들쭉날쭉한 물품 상태 등 여러 문제의 개선을 위해 생산자연합회와 여러 대책을 마련하여 실행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편리함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살림은 이용하기에 편하진 않습니다. 매장 배송도 안 되고, 주차가 어렵기도 하고, 다른 온라인몰처럼 빠르게 공급하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조합원님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살림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함께 한살림으로 이 땅을 건강하게 유지해 아이들에게 물려주면 좋겠습니다.

방식이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한살림은 협동조합 형식으로 운영됩니다. 빼어남보다는 우직함으로 걸어온 한살림입니다. 30년 전엔 황무지에서 한살림을 일구었고, IMF 때도 다 같이 힘을 모으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걸어온 한살림입니다.
조합원님의 노력으로 재사용병 회수율은 36%를 웃돌고, 우유갑을 모으고, 옷되살림운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저소득층 청소녀생리대지원, 돈의동쪽방촌후원, 햇빛발전협동조합 설립, 우리씨앗농장 후원 등 보이지 않는 조합원님의 참여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실천하는 조합원님이 있음으로인해 조금씩 변화를 일구며,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살림은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한살림이 어렵더라도 힘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울수록 왜 한살림을 하는지,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해 왔으며, 어떤 가치를 만들어 왔는지 서로 나누어보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물품을 이용하고, 활동도 열심히 하면 좋겠습니다. 물품 이용이 줄어 씨앗을 심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생산을 포기하는 생산자님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장이 줄어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독 어려운 올 한해, 우리가 해냈던 한살림 이야기를 웃으며 회상할 날이 오길 바랍니다. 기왕 하는 한살림! 긍정의 기운이 바로 한살림을 일으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밥 운동으로 조합원님들과 열심히 한살림 하겠습니다.

글 권옥자 한살림서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