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서지부] 구기평창 육아사랑방을 마치며.

 

# 순화.

 

2017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무렵, 평창매장 새내기조합원 만남의 날에 만났어요. 돌이 되어가던 지형이를 우주복에 넣어(?) 데리고 나왔죠. 우주복 안에서 잠든 지형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우리는 뱅쇼를 열심히 만들어 마셨어요. 아침부터 술을 마셨냐고요? 뱅쇼는 와인이 주재료이지만 추울때 감기예방차원으로 마시는 음료랍니다. 쌉쌀달달한 뱅쇼와 함께 애 키우기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동네에 애기엄마들도 안보이고… 혼자 크는 아이도 심심해하고 혼자 애기 보기도 힘들어 문화센터에 다닌다고요. 외동아들 혼자 키워본 경험자로서 백퍼 공감했습니다. “동네에 애키우는 엄마들 모아서 모임 하나 만들어볼까요?” 순화는 기다렸다는듯이 말했어요.”문화센터에서 만난 동네 엄마들 있는데, 얘기해볼게요.” 큰 키 만큼 시원시원하고 추진력 짱! 그렇게 시작되었네요.

 

#첫모임.

 

함께 하기로 한 순화,은별,효진과 준비모임을 했습니다. 아이키우면서 제일 힘든걸 같이 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지금 제일 힘든건 매일, 조금씩, 다양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식이라는데 동의했어요. 그럼 사람을 모으자. 일단 애기들 월령이 비슷해야 하니까 돌 전후의 아가엄마들로 모아보자. 이유식 만드는 것도 배우고 만들어서 나누어 가면 좋겠다. 이걸 우리끼리 하긴 어려우니 도움을 받자. 아이들 데리고 음식을 과연 만들 수 있을까? 조리팀과 탁아팀을 나누고 번갈아가면서 하자. 만든 음식은 나누고, 재료비를 갹출! 장소는? 애들 데리고 음식 만들 장소가 어디 있겠어?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집에서 하자. 애들도 편하게 놀 수 있고, 부엌과 조리도구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까.

 

재료선정 워크숍

조리한후 나누기 전.

 

#연경

 

강사로 참여한 연경은 선배조합원이에요. 동네에서 품앗이 육아를 쭉 해오고 있고, 음식 잘하고, 마음씨 좋고^^ 이 모임의 성격이 교육보다는 돌봄에 있음을 깊이 공감하고 있었어요. 선배조합원이 후배조합원을 돕고 돌보는 모임의 강사로 흔쾌히 수락해 주었어요.  또 매주 재료에 맞는 메뉴를 구성하고 월령에 맞는 조리법을 고민해 주었죠. 어린 아이 데리고 만들 수 있게 가능하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었어요. 아이 먹을 거 준비한다고 엄마가 굶으면 안 된다며 매번 우리를 위한 음식도 소개해주고 만들어주었어요. 그 자체가 위로였답니다.

 

연경^^

우리를 위한 식탁

#3개월, 8회차

 

매주 만났어요. 구정연휴와 담당활동가 아들이 독감에 걸려 나오지 못했던 2주를 제외하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죠. 처음엔 아이들도 우리들도 조금 서먹했지요. 모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니까. 회를 거듭할수록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어디에서 살았는지, 어떤 일을 했었는지, 복직을 앞두고 어떤 걱정이 있는지. 정보도 나누었어요. 어떤 유치원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돌잔치를 해야할것 같은데 어디가 좋은지, 한살림의 어떤 물품은 어떤점이 좋은지.

 

새롭게 배우는 한살림물품

새롭게 배우는 한살림 물품

 

집에서 만났기 때문에 매번 집이 터질것 같았어요. 어른들에 아가들에 선생님에 활동가에. 아이들이 노느라 마루 한가득 꺼내놓는 장난감들, 그 사이사이 흘려놓은 먹을것들…이 시간들이 쉽지 않았지만 이 시간들 덕분에 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게 되고 친밀감을 갖게 되었던것 같아요. 밖에서만 보는 관계와 안에서 만나는 관계는 뭔가 달라도 다른 느낌적 느낌이 있었어요.

 

놀고 있는 아이들

 

이유식 하려고 만난 모임이었지만 , 이유식 만드는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우리들이 위로받고 쉬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동네 친구들을 사귀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 놀러갈 친구가 있다는 기쁨, 함께 만들고 나누는 즐거움, 나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뿌듯함, 혼자 크는 아기에게도 친구가 생기는 기쁨…동네에 관계망이 생긴것 같아요. ‘우리들 속’에서 많은걸 느끼고 배운 시간이었네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될지도 모르는 호정 얘기에 호정도 우리도 너무 서운했어요. 이사 가도 꼭 연락은 하고 지내길~ 둘째 생겨서 입덧이 심한 은별이 못나왔을 때, 일이 생겨서 이효가 못나왔을 때, 멀리 가느라 효진이 못나왔을때도 조금씩 음식을 담아 배달(?)해 주던 우리. 그 마음과 정성이 고맙고 고마워요.

 

배달(!)된 음식과 재료

 

한살림 물품에 대해서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었어요. 많은 물품을 써보지 않았었고, 비슷한것만 사게되는 경향도 있잖아요? 이유식 재료, 다양한 간식을 접하면서 한살림에 참 다양한 물품이 있구나 알게 되었어요. 유기농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모르던 바는 아니지만 편리한거, 디자인 예쁜거에 현혹되기도 했거든요. 모임하면서 다시 유기농에 대해 관심을 더 갖게 되었죠. 조합원 가입도 하게 되었어요. 물품도 좋고 가치도 좋고…한살림이 좋아요.

 

순화가 소식지에 쓴 우리이야기

#밤번개

 

8회차 모임을 마치고, 이젠 동네에서 무시로 만나요. 멀리 친정에 다녀온 효진이 오고나서 밤번개를 했어요. 테라스에 앉아 애들은 놀고 시원한 맥주라도 마시고 싶은 저녁, 맥주 대신 아이스커피를 마셨죠. 멀리 사는 친구는 약속을 잡고 , 차를 타고 가야 만날 수 있지만 동네친구는 이렇게 문득,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어 참 좋아요. 육아사랑방이라고 불렀던 모임을 마치며 이제 구기평창부암 마을모임을 만들려고 해요. 누구든 언제든 모임에 올 수 있도록 할 참이에요. 정도 나누고 정보도 나누고 …아이들도 함께 키우고^^

 

# 지형, 서율, 지오, 시경, 윤, 이효 그리고 시준,시윤,루아, 서율이의 복중 동생.

 

 

#당연한 이야기 그래서 사족

 

내가 원하는 것, 내게 필요한 것, 내가 받아야 마땅한 것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길 바래요. 우리는 엄마이기전에 나이고, 엄마이면서 나이고, 엄마를 포함하는 나이니까요. 혼자하려면 어렵지만 함께하면 용기가 나는 법. 돌잔치에 대한 고민을 한방에 날려버렸잖아요?!

나의 경험을 터놓고 함께 해석하고 함께 사유하다보면 나는 단단해지고 관계는 깊어질거에요. 깊어진 관계로 나에게, 혼자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어요. 그렇게 관계망이 만들어지고 마을도 깊어지겠죠. 쉽지 않은 ‘시작’을 ‘시작’한 우리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