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골농장을 다녀오다.

생산지 방문은 늘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설레임보다 앞선 게 빙판길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방문 전날 즈음에 내린 눈과 갑자기 기승을 부린 추위 때문에 길이 얼지는 않았을지-통행이 많은 일반 도로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생산지 길은 얼었을지 몰라서-가 걱정이었다. 출발 아침에 확인한 결과 상태가 괜찮다 하니 안심하고 출발했다. 겨울철 생산지 방문은 날씨가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원주 고니골 농장은 조영준 생산자님의 현재 진행형 인생 그 자체였다.

4대째 가업으로 이어온 농장은, 공부하기 싫어서(?) 농사를 선택했다는 생산자님의 땀과 열정의 결정체였다. 검정고시를 봐야 학력이 인정된다는 고등공민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셨는데 이유는 요즘 청년들에게 꿈을 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고 금수저라 오해할까봐 먼저 학력을 밝히신다 하셨다. 6개월의 염창동 직장생활을 빼고는 35년의 인생을 농장과 함께 하셨다. 처음에는 산비탈이었던 곳을 하나씩 손수 밭으로 일구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뽕나무를 심고 그것을 기반으로 양잠 테마 단지를 조성하셨다. 그동안 농장은 규모가 상당한 사업체로 발전했고 더불어 빚도 늘었다고 하시며 웃으셨다.

천생 농부로서 원주에서는 잡곡생산자로서 이름도 날렸지만 30대에 농약중독의 시련을 겪으시며 무농약 농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찾은 것이 양잠이었다. 처음에는 카톨릭 농민회 활동을 하시다가 2004년부터 한살림과 인연을 맺기 시작하셨다. 무엇보다 한살림의 물류시스템을 높게 평가하셨다. 계획 생산을 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농업이 가능한 곳이 한살림이라고 하셨다. 초기에는 여러 곳에 물품을 출하했지만 현재는 한살림 출하를 제일 많이 하고 있고 한살림이 운영 기준이 된다고 하신다.

생산자님은 6차 산업인으로서도 명성을 날리고 계셨다. 사양산업이던 양잠업을 성공적인 향토산업으로 육성한 산업인으로 각종 농업인상을 수상하셨다. 본인이 없어도 농장이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며 철저한 분업화로 구성원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셨다. 생산자님은 구성원들이 자립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도와주며 앞으로 30년은 더 일하시면서 농장을 완성하시겠다는 포부도 말씀해 주셨다. 농장의 먼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시는 혜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산자님을 직접 만나보니 냉동뽕나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생각을 많이 한다󰡑 는 말씀이 바로 정답이다. 간담회 내내 우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말씀해 주신 󰡐농장의 탄생󰡑 은 끊임없는 󰡐생각󰡑의 과정을 펼쳐내신 것이었다. 그것은 오늘처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땅이 얼기 전에 밭을 일궈야 한다며 작업을 하고 오신 󰡐쉼 없는 노동󰡑으로 완성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살림생산자로서의 긍지를 갖고 미래를 계획하며 농장을 일구시는 든든한 생산자님이 계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남부지부 농산물분과장 이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