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WTO 후쿠시마 수산물 수임금지 분쟁 패소, 그 후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 조처에 대한 일본의 제소에 대해 지난 10월 세계무역기구(WTO)가 사실상 ‘한국 패소’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사성 오염물질로부터 안전한 먹을거리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살림은 WTO 수산물 분쟁 패소의 원인을 되짚어보고, 이후 대응에 대해 알아봅니다.

글 |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일본산 수산물 수입 반대 퍼포먼스 '소반'

일본산 수산물 수입 반대 퍼포먼스

 

| 후쿠시마 사고 만 6년째,
| 정부 차원의 실태 보고서는 하나도 없다

지난 10월 17일 국정감사장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처장은 한국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로부터 ‘일본 수산물 WTO 분쟁 패널 최종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식약처장은 WTO 규정에 따라 보고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국회와 관련부처의 정황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패소는 확실하다. 사실 WTO 패소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는 아니다. 2015년 5월 일본 정부가 한국의 일본산 식품 규제조치가 WTO 협정 위반이라며 제소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6년이 지나도록 정부 차원의 후쿠시마 오염 실태 현황과 위험 평가 보고서가 하나도 없다. 정부가 수입규제를 조치한 이후,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해제를 요구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보다 일본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미량의 방사선 검출 식품은 먹어도 괜찮다’고 주장하는 원자력 공학자를 위원장으로 위임한 민간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여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 7개샘플과 표층수 4개 지점만 조사했다. 방사능 오염 상황을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한 후쿠시마 앞바다 해저토와 심층수 조사는 일본 정부의 반대로 진행조차 못 했다. 우리의 수입규제조치가 정당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선 방사능 오염 실태와 위험 평가 보고서를 만들어 WTO에 제출해야 하는데 제소 이후 그나마 민간위원회 활동도 중단했다. 나아가 ‘상대국에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를 근거로 민간위원회 방사능조사결과는 물론 정부 대응 내용 일체를 비공개했다. WTO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보조차도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을 정도이다.
 

| WTO에 패소하면
| 그나마 확보했던 밥상 안전이 흔들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조치 이전엔 방사성 오염 수산물 131건이 단 한 건의 반송 없이 시중에 유통되었다. 하지만 2013년 당시 정부가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 수입금지와 더불어 그 외 모든 식품에서 미량이라도 방사성 물질 검출 시 비오염증명서(스트론튬90과 플루토늄 239 검사증명서)를 요구하는 조치를 통해 사실상 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방사선에 오염된 일본산 식품 유통을 막는 조치가 진행되었다.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는 밥상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을 퇴출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결과 수산물 방사능에 대한 불안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WTO에 패소하게 되면 그나마 확보했던 밥상 안전이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지 만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기와 바다로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8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매일 세슘137이 20억Bq(베크렐), 스트론튬90이 약 48억Bq, 삼중수소 10억Bq이 바다로 방류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4월 한 후쿠시마 주민이 방사능측정기관에 의뢰한 2,060건의 식품 중 798건에서 기준치 100Bq을 초과하는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다.
 

수차례 진행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를 위한 국회 토론회(좌) / 안전한 밥상을 위한 바람이 담긴 피켓(우) '소반'

수차례 진행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를 위한 국회 토론회(좌) / 안전한 밥상을 위한 바람이 담긴 피켓(우)


 

| 건강한 밥상을 위해
|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

WTO의 분쟁 패널 최종 판결은 내년 1월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60일 이내에 상소할 수 있고 WTO는 12개월 동안 다시 분쟁 조정을 한다. WTO SPS(식품·동식물 위생검역)협정에 따르면 회원국은 오염물질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으로부터 회원국 영토 내의 인간 또는 동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모든 조처를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산 식품에 대한 규제조치를 하는 나라는 전 세계 24개국에 이른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WTO에 제소되어 패소했다. 새 정부는 패소 원인 분석과 함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확고한 입장을 수립하고 한국 조치를 국제법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국, 대만, 러시아 등 일본 식품
에 대한 유사조치를 하는 주변 국가들의 사례분석과 연대가 필요하다. 일본 현지 조사와 문헌 조사를 통한 방사능오염 현황실태 분석 등 우리 조치의 정당성을 입증할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정부가 아무런 준비없이 WTO 패소 결과가 공개될 때까지 기다렸다가관성대로 원자력 전문가와 기존 관료들에게 대응 대책을 마련하라고 맡기면 결과는 자명하다. 새 정부는 내년 1월까지 기다리지 말고 하루빨리 독립적인 민관합동대책기구를 구성해서 WTO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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