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위]양구공동체를 다녀와서

양구생산자 공동체에 다녀와서                                                            

지난 9월 20일, 강원도 양구의 생산자 공동체에 다녀왔다. 방문지가 ‘양구군 해안면’이어서 바다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었는데, 이건 정말 착각이었다. 나중에 지도를 찾아보니 양구군은 강원도의 중앙부에 위치해 있고, 험준한 산악지대이며, 휴전선과 가까운 지역이어서 예전에는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그냥 들어가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 마을 안에 군부대의 차량이 다니면서 ‘포를 쏘는 훈련 중이니 놀라지 말라’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었다.

마을은 제법 경사가 급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분지지형으로 그 모양이 화채그릇과 같다하여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가 ‘펀치볼’이라고 했던 것이 지금도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이 칭했던 이름은 사라지고 전쟁 중에 외국기자가 붙인 이름으로 불린다는 점이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내가 너무 까칠한 탓일까?

양구공동체는 민통선 이북 지역으로 논과 주택이 있는 마을의 평지는 해발 450m, 산 아래 밭은 해발 700m, 마을을 둘러싼 산마루는 해발 1,000m 정도의 높이이고, 주변에 오염원이 전혀 없는 청정지역으로 쌀과 미니파프리카, 여름채소 등을 주로 재배하는 곳이다. 최근에 기온이 점점 올라감에 따라, 사과농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작년부터 한살림에 사과를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창고에 남아있는 사과를 먹어보라고 주셨는데, 준고랭지의 선선한 기후에서 자라서인지 과육의 밀도가 높아 아삭한 식감이 정말 좋았고, 달고 맛있었다.

이곳은 신생 공동체인데, 지리적으로 물류의 중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어서 저온창고 등을 이용한 저장과 유통을 독립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점이 규모가 작은 공동체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마을의 논에는 메뚜기 등 천적을 이용해 해충을 잡고 있었다. 예전에는 벼농사에 오리도 이용했었으나, 조류독감 사태를 겪으면서 이제는 논에서 오리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방울토마토와 파프리카를 키우는 큰 규모의 비닐하우스도 둘러보았는데, 이곳은 워낙 북쪽이어서 겨울에 난방을 하면서 농사짓기는 비용이 맞지 않아 할 수 없고, 여름농사만 짓고 있다고 했다. 특히 금년의 파프리카 농사는 실패를 보았는데, 친환경 농약이지만 그것도 조금 적게 써보자 했다가 전염병이 돌았고, 기온도 갑자기 올라가는 바람에 전염병을 잡지 못하고 농사를 망쳤다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10년차의 연륜을 가진 농부도 이런 어려움을 겪다니, 농사짓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닌 듯싶다. 워낙 도착시간이 늦어지기도 했지만, 보여주고 싶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니 점심시간이 늦어졌다.

점심식사 후, 잠시 생산자들과 이야기를 더 나누었는데, IMF때 종묘회사가 모두 외국기업에 넘어가 청양고추를 포함한 모든 종자를 비싼 로얄티를 지급하면서 매년 새로 구매해야하는 점, 양배추를 수확한 후 보관하다가 출하할 때, 일정한 중량과 모양을 맞추기 위해 겉껍질을 벗겨 매장에 내고 있는데, 품값도 많이 들고, 유통과정에서 쉽게 무르기도 한다는 점 등, 생산자들의 어려움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시는 분들의 노고가 너무 감사하다. 양배추 등 모양과 중량을 맞추기 위해 굳이 들이는 노고는 소비자의 이해와 동의가 있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공기가 맑고 날씨가 화창하여, 오가는 길이 너무 눈부셨다. 특히 돌아오는 길에 본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 날의 방문을 위해 수고해주신 생산자와 활동가 분들께 감사드린다.

 

                                                                                                                             한살림서울 중서지부 농산물분과  이계춘분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