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이모저모] 영화 ‘판도라’의 경고

판도라2016년 1월, 나는 2주간 경주에 머물렀다. 그것도 수명을 다한 월성 1호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위치에서 말이다.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2주를 지낸 기억이 난다. 원전밀집도 1위이자 안전 불감증의 나라,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영화 [판도라]는 너무도 사실적이었다. 그리고 극중 인물과 나의 어린 시절이 많이 닮아 있었다. 1989년, 한국수자원공사는 홍수조절과 생활·공업 용수 공급이라는 이유로 댐을 지어 그곳에 대대로 뿌리내리고 살고 있던 수많은 사람을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 누군가는 기회라 했고, 또 누군가는 떠나기를 거부했었다.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지낸 순박한 시골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국가에서 하는 일이었고, 그곳 사람들은 통보받은 날짜에 맞춰 그곳을 떠나야만 했다. 어린 나는 어른들의 사정을 다 알 수 없었지만, 학교 가는 길에 앉아서 쉬었던 나의 아지트와 한여름에 친구들과 냇가에서 장난치며 잡고 놀았던 버들치, 쉬리, 쏘가리, 가재들, 그리고 아주 많은 고향 친구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리고 28년이 지나고, 고향에 남은 사람들은 흐르지 못하고 갇혀버린 댐 속의 녹조, 썩어가는 강물과 이상기후로 변해버린 고향에서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지금의 현상들. 댐을 건설하는 결과가 어떤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지 28년 전만 해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경주에서 월성 1호기를 보며 느꼈던 불안감으로 보낸 시간은 어느덧 1년이 지나 2017년 2월 7일이 되었다. 바로 이날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은 무효라는 판결 소식이 들려왔다. 2012년까지로 이미 그 수명을 다했지만 2022년까지 가동을 연장하기로 한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무효판결 소식에 영화 속 재혁이가 했던 한 마디가 떠올랐다.“사고는 저것들이 쳐놓고 또 국민 보고 수습하란다.”
어지러운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영화 [판도라] 속 행동에 앞장서는 재혁이와 같은 사람들이 이루어낸 역사적인 성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월성 1호기 재가동 승인 무효선고를 시작으로 월성의 2, 3, 4호기도 폐쇄하는 그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 흘리는 내 모습을 보던 남편은 장난과 조롱이 섞인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국회의사당이랑 정부청사를 경주로 옮기면 한국 탈핵 바로 된다.” 울다가 웃음이 났다. 안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 영화 [판도라]의 경고를 오래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 판도라의 경고가 아닐까.

글 ㅣ 원지연 조합원

2017년에도 탈핵을 위한 행동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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