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부 한살림 26주년 행사

글 정성옥 서부지부 사무국장

2011년 한살림서울 서부지부 총회에서 조합원상을 받은 한 조합원이 남긴 수상 소감이 오래 기억된다. “총회에 참석하기 전에는 이렇게 큰 조직인지 몰랐고, 동네의 좋은 가게 정도로만 생각했다. 또한 내가 이용하는 물품의 가치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물품을 이용해야겠다.” 물품만을 통해 한살림과 소통하는 조합원들은 대부분 이런 마음이리라. 많은 조합원들에게 한살림운동의 역사와 의미있는 활동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12월 4일 한살림 26주년을 맞아 ‘한살림 문연날’ 행사를 매장 중심으로 약 2주간 진행했다.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느끼고, 나누는 그런 행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한살림과 나(가족)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수기 공모에는 부인 몰래 쓴 남편의 수기, 생명학교 교사를 통해 힐링을 느꼈다는 조합원 자녀의 수기 등이 들어왔고, ‘한살림의 추억이 담긴 사진 공모’에도 10년 전의 생명학교 사진, 버리지 않은 옛날 공급장, 영수증 사진 등 작지만 한살림과 함께한 소중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모였다. 매장에서는 이 기간 동안 한살림이 펼쳐온 활동을 알리는 사진전시회도 열고 조합원들의 바람을 담은 ‘한살림 희망메시지’ 전시도 진행했는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집회, 제 3세계 교류, 수돗물불소화반대운동, 우리밀살리기운동 등 다양한 활동 사진을 보며 “한살림에서 이런 일도해요?”라며 조합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었다. 조합원 한분 한분이 한살림에 바라는 것을 적은 희망메시지는 모아놓고 보니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감사’였다. 우리 동네에 있어줘서 고맙고, 우리의 안전한 식탁을 챙겨줘서 고맙고, 농업을 살려줘서 고맙고, 우리 아이들의 아토피를 없애줘서 고맙고,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줘서 고맙고… 다들 고맙고 감사하다는 메시지였다. ‘조합원들이 계셔서 감사하죠!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라는 답장을 마음속으로 드렸다.

드디어 12월 4일! ‘한살림 문연날’이다. 떡과 음료를 나누고, 케이크 커팅을 진행하는 순서를 통해 조합원들과 기쁨을 함께나눴다. 조합원들이 우리 스스로에게 불러주는 생일축가는 그 어떤 축가보다도 감동적이고 뿌듯한 느낌 그 자체였다. 많은 조합원들이 ‘한살림농산’의 사진을 보며 한살림을 시작 한지 26년이나 된 것에 깜짝 놀라했다. 한국 기업의 평균 수명이 10~12년이라고 하는데, 한살림은 운동과 사업을 함께하면서 26년을 조합원의 힘으로 튼튼하게 지켜왔으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이번 행사를 진행하며 한살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조합원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한살림의 역사를 돌아보고 앞날을 계획할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정보제공에 약한 매장공간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모색해야 할 숙제도 남았다. 사업과 활동이 함께하는 한살림운동, 앞으로 50년, 100년 아니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길 바란다. 우리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서…

서부지부(한살림 26주년 수기 공모)당선작

“뜨리, 뜨리, 뜨리~ 누가 낳았노?” 아내는 만 13개월 된 아들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우면 혀 짧은 대구 사투리로 귀엽게 묻고 또 묻는다. 아들의 이름은 외자로 ‘슬’이다. 아빠와 엄마의 양쪽 성을 따서 이윤슬. 슬이를 혀 짧은 소리로 발음하면 뜨리가 되고, 만화주인공 똘이 장군을 떠올리며 ‘뜨리 장군’ 이라고도 부른다(반항할 때 힘이 무지 세다). 슬이는 아빠 엄마의 늦은 결혼으로 인한 노산과 엄마의 심한 산전 후유증에도 너무나 뽀얀 피부를 갖고 있다. 아마도 슬이의 뽀얀 피부는 결혼 전 한살림만 이용하고 채식을 했던 엄마가 출산 후에도 모유 수유와 한살림 재료로 친환경 이유식을 만드는 등 각별히 신경을 쓴 덕분일것이다.

슬이의 아빠인 나는 아내를 만나고서 한살림을 접하게되었다. 결혼 전에는 오랜 자취 생활을 하며 밖에서 주로밥을 사먹거나 집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편의점에서 값싼 도시락을 사서 먹곤 했다. 그 덕분에 피부가 가렵고 부풀어 오르는 피부묘기증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유기농이나 친환경 음식은 비싼 음식, 해먹어야만 하는 귀찮은 음식, 맛이 심심한 음식이라는 막연한 생각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각별한 미각과 분명한 의식을 가진 아내를 만나 인공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찌개와 국, 현미밥을 먹으면서 나의 몸이 새로 태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트에 쌓여있는 수입 농산물과 온갖 인공첨가물이 들어있는 먹을거리들을 보면서 한살림이 아니면 어떻게 우리 몸을 지켜낼 수 있을지 아찔한 생각이 든다. 물론 올바른 먹을거리를 위해서는 날마다 많은 시간이 투자되어야한다. 나는 가족을 위한 건강한 음식을 준

비하며 아내가 매일 고생하기 때문에 가능한 설거지는 내가 담당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가끔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찌개와 국도 끓인다. 직장에서도 더 이상 자극적인 회사 근처의 식당에서 먹을 수가 없어, 일부러 10분 거리를 걸어가 본사 식당에서 저염식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술자리 대신 무조건 집에 와서 아내가 차려준 음식을 먹고자 노력한다. 가족이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슬이는 현미쌀과 감자, 고구마, 사과 등 한살림 재료로 만든 주먹밥 이유식과 간식으로 주는 현미쌀과자를 정말 맛있게 잘 먹는다. 지금보다 더 오염된 지구에서 앞으로 80년 이상 살아가야할 슬이에게 아빠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집에서 좋은 음식을 먹여주고, 엄마 아빠가 가사를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무엇보다 중요한 좋은 미각과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는 것 밖에는 없으리라. 그리고 그렇게 자라난 슬이가 커서 생명 운동을 벌이는 한살림과 함께 건강한 지구, 건강한 몸을 만들어가는 길에 동참하게 되길 희망한다. “슬아~ 지구 생명의 기운이 엄마의 몸을 빌려 너를 낳았구나. 사랑한다!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주렴.”

글 이강현 조합원